top of page

2025 교향악축제 진주시립교향악단

  • 작성자 사진: 한국클래식음악평론가협회
    한국클래식음악평론가협회
  • 4월 23일
  • 4분 분량

도전했지만 고전했던 진주시향

2025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 진주시립교향악단

     

진주시립교향악단은 4월 16일,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무대에 올랐다. 정인혁의 지휘 아래, 드물게 연주되는 슈트라우스의 이중 협주곡과 베토벤 교향곡 9번을 나란히 연주했다.

 

슈트라우스 <클라리넷과 바순을 위한 듀엣 콘체르토>

첫 곡은 슈트라우스의 <클라리넷과 바순을 위한 듀엣 콘체르토>였다. 협연에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케스트라 수석을 지내고, 현재 한양대학교에 재직 중인 클라리넷 연주자 조인혁과 함부르크 필하모닉 바순 수석 김민주가 함께했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표제음악은 아니지만, 클라리넷과 바순의 대화를 통해 ‘공주와 곰’의 우화를 떠올리게 하는 해석이 자주 언급된다. 절대음악의 형식을 따르면서도 표제음악을 연상케하는 이중적 성격이 조용히 공존하는 작품이다.

     

-협주곡 안에 독주자

1악장에서 오케스트라의 서주가 지나간 뒤, 조인혁은 프레이즈를 길게 끌어가며 악상기호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다이내믹의 진폭을 키워 섬세하게 조율했고, 선율은 명료한 음형 안에서 자연스럽게 전개됐다. 이어 등장한 바순은 색채의 무게감과 싱코페이션을 포함한 리듬 변화를 조화롭게 엮어냈다. 왈츠풍의 주제는 특유의 익살스러움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연주되었다. 두 독주자는 상반된 음색을 통해 각기 다른 인물성을 부각시켰고, 이 대비는 절대음악 안에 표제적 성격이 스며든 작품의 정체성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2악장은 바순의 서정적인 솔로로 시작되며, 정서적으로 클라리넷과의 교감이 형성되는 전환점이 된다. 김민주는 섬세한 강세 조절과 흔들림 없는 톤으로 감정선을 정밀하게 그려냈다. 또한, 부드럽고 안정된 음색으로 선율의 흐름을 흔들림 없이 끝까지 유지했다. 이어 등장한 클라리넷은 하행 선율로, 바순은 상행 선율로 호흡을 맞췄다. 서로 반대 방향에서 출발한 두 악기는, 정서의 결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하나로 엮어냈다. 두 연주자는 각자의 음색을 유지한 채 그 교차점을 섬세하게 엮어내며, 관계성의 변화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3악장은 빠른 템포 속에서 두 악기가 조화로운 움직임을 경쾌하게 펼쳐냈다. 주제의 반복과 리듬 변화 속에서도, 이전 악장에서 형성된 표현 방식을 일관되게 유지했고, 마지막까지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끌고갔다.

     

-협주곡 안에 오케스트라

독주자의 밀도 있는 호흡 속에서, 오케스트라는 전체 구조를 설계하는 또 하나의 중심축이었다.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아쉬움도 있었다. 1악장 서두에는 오케스트라 내 현악기 파트별 솔로 연주자 6명이 실내악처럼 정밀하게 연주해야 하는 구간이 등장한다. 그러나 첫 음에서 바이올린은 온더스트링으로 연주해, 악상이 요구하는 섬세한 음색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이어지는 연결구에서는 비올라의 음정이 흔들리며, 정밀해야 할 흐름이 다소 흐트러졌다.


그럼에도 오케스트라는 흐름을 조율하고, 두 독주자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특히 1악장의 발전부와 3악장의 론도 주제 반복 구간에서는 음량을 키워 악상을 전개했다. 전자는 긴장감을 조율하는 흐름이었고, 후자는 음악의 표정을 부드럽게 전환시키는 지점이었다. 오케스트라는 이 과정에서 독주자와 상호작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곡의 해석에 능동적으로 참여했다. 이는 ‘협주’라는 개념을 주종의 위계로 나누기보다는, 상호 대등한 조율과 균형의 관계로 재해석한 접근이었다.

    

2025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현장, 클라리네티스트 조인혁, 바수니스트 김민주(사진=이강원)


베토벤 <교향곡 9번>

이어서 진주시향은 베토벤 교향곡 제9번을 연주했다. 소프라노 서선영,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테너 이범주, 베이스 손혜수가 솔리스트로 참여했고, 국립합창단과 위너오페라합창단이 합창을 맡았다. 이번 연주는 작품의 구조적 밀도와 표현의 설득력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각 악장은 형식의 골격은 유지했으나, 전개와 응집면에서 부족함이 드러났다. 성악과 합창이 결합되는 후반부에도 긴장감이 흐트러지며, 집중도 역시 떨어졌다. 연주 전반에서 베토벤이 지닌 이상과 구조적 통일성은 충분히 구현되지 않았고, 그 한계는 각 악장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악장 간 비평

1악장은 서두부터 집중도와 조밀한 앙상블을 요구하지만, 그 기대가 충족되지 못했다. 도입부에서 호른의 피아니시모는 지시보다 과도했고, 음색 역시 불안정했다. 이어진 현악의 하행 음형은 목관 리듬과 겹치며 흐려졌고, 중반부에서는 빠르지 않은 템포 속에서 목관 앙상블의 음형이 느슨하게 풀어지며 정돈되지 못한 인상을 남겼다. 엠보셔의 불안정함으로 인해 플루트의 톤은 전반적으로 얇고 위축됐고, 음량은 부족했으며, 때로는 아티큘레이션도 흐릿해졌다. 일부 구간에서는 바람 섞인 소리까지 감지되며, 음의 명료도가 전반적으로 떨어졌다. 이뿐만 아니라 팀파니는 고조되는 구간에서 과도한 음량으로 곡의 구조를 흔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후반부로 갈수록 밀도감이 다소 높아졌고, 완전하진 않았지만 점차 응집력을 갖춘 채 마무리됐다.


2악장은 빠른 템포 속에서 구조적 대비와 역동성이 요구되는 악장이다. 하지만 이날 연주는 빠른 템포로 리듬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선율의 방향성과 입체감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했다. 현악기군은 음형의 상하행 없이 단선적인 리듬에 의존했고, 당김음 중심의 셈여림만 반복되며, 다이내믹 변화 없이 단조롭게 전개됐다. 트리오의 도입부에서 오보에는 비교적 안정적인 톤을 구사했지만, 프레이즈의 끝처리가 급하게 마무리되며 앙상블이 흐트러졌고, 첼로를 포함한 현악기군과의 연결도 매끄럽지 못했다. 후반으로 갈수록 앙상블이 일부 정돈됐고, 곡 전개를 유기적으로 풀어나가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3악장에서도 앞서 지적된 문제가 반복됐다. 특히 현악기는 비브라토를 사용했지만 효과는 미미했고, 활각도를 좁혀 연주하면서 음형 전환이 단조롭게 처리됐다. 제2바이올린이 주선율을 이끌 때는 활을 든 팔의 무게가 과도해, 울림과 음색에 있어 개방감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일부 프레이즈에서는 관악기 간의 조화가 돋보였고, 형식적 구조도 일정 수준 유지하며 연주하였다.


4악장은 관악기의 톤 불균형으로 앙상블이 흐트러진 채 시작됐고, 첼로는 활의 무게 배분이 섬세하지 못해 공명감이 살아나지 않았다. 환희의 송가 주제를 연주할 때도 첼로는 셈여림을 단조롭게 처리하며, 서주의 완성도가 떨어졌다.


이후 네 명의 성악 독창자와 4부 합창단이 가세한다. 베이스 손혜수는 저음역에서 안정적이었으나, 중고음역에서는 음이 충분히 발현되지 않아 표현을 확장하는 관점에서 아쉬웠다. 이어진 성악 4중창에서는 테너 이범주가 표현을 절제하지 못해 앙상블이 흔들렸고, 메조소프라노 이아경은 음량이 상대적으로 작아 전체 균형이 맞지 않았다. 반면 소프라노 서선영은 명확한 발성과 풍부한 성량으로 상성부를 안정감 있게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정인혁은 정박에 연주하도록 지시해 앙상블은 흐트러지지 않았으나, 곡은 단조롭게 전개됐다. 합창은 성부 간의 균형이 일정 부분 유지되며 웅장한 울림을 만들었지만, 발음이 명확하지 않아 가사 전달력이 좋지 않았고, 남성부의 프레이즈 전환이 매끄럽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2025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현장, 지휘자 정인혁과 진주시립교향악단(사진=이강원)


진주시향은 지난 3년간 매년 연말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진주에서 연주하며, 이를 유튜브에 기록으로 남겨왔다. 이번 교향악축제 무대는 익숙한 레퍼토리를 새로운 공간과 관객 앞에서 다시 펼쳐보는 자리였다. 그러나 매년 연주해온 곡임에도 완성도 측면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드러났다. 공명감을 위한 현악기의 활 테크닉, 파트 간 앙상블 등 본질적인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었고, 제한된 리허설 환경에서도 성악과 합창의 호흡을 맞추며 음악적 해석을 빠르게 흡수하는 역량 역시 보완이 필요했다. 이번 무대는 진주시향의 현재를 되돌아보게 했고, 음악가의 위치에서 가능한 것과 풀어가야할 숙제를 함께 보여준 자리였다. 이제는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고, 디테일의 완성도를 높이며 연주 내적인 정체성을 더욱 정교히 다듬어갈 시점이다.

     

글 이강원(클래식음악평론가)

Comments


법인번호 110321-0049873  |  서울특별시 서초구 바우뫼로 11안길 25. 101호

​문의 : 02-2237-6126

​한국클래식음악평론가협회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