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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투어의 허와실

  • 작성자 사진: 한국클래식음악평론가협회
    한국클래식음악평론가협회
  • 4월 18일
  • 2분 분량

글 이홍경


 

국내 교향악단의 해외 투어는 우리 클래식 음악의 위상을 알리고, 국제 무대에서 음악적 역량을 선보이는 중요한 문화 외교의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점과 한계는 해외 투어의 진정한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지금이야말로 국내 교향악단이 해외 투어의 명분과 실질적인 성과를 균형 있게 맞추기 위해 방향을 재정립할 시점이다.

 

해외 투어는 단순히 "국위선양"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곤 한다. 유럽이나 북미의 저명한 공연장에서 국내 교향악단이 연주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목받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공연장 객석을 채우기 위해 한인회나 교포들에게 초대권을 남발하거나, 현지평론에 반응을 얻지 못한 채 투어가 끝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는 해외 투어가 단순한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음악적 전략의 일환으로 설계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해외 청중과 평론가들이 한국 교향악단에게 기대하는 것은 단순히 "수준 높은 연주"가 아니다. 그들은 한국의 교향악단이 독창적인 음악적 정체성을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한국 작곡가의 작품을 포함하거나,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한 창의적인 프로그램 구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많은 투어 프로그램은 현지 청중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지나치게 전통적인 레퍼토리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우리의 고유한 음악적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는 한계로 작용한다.

유럽과 북미의 평론가들은 음악적 성과에 대해 직설적이고 냉정한 평가를 내리며 평론을 할 만한 수준이 되어야 평론을 한다. 그러나 한국 교향악단의 투어는 이들에게 인상적인 피드백을 얻는 데 종종 실패한다. 이는 연주력의 문제라기보다, 투어 전반을 기획하고 홍보하는 데 있어 현지의 문화적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현지 청중과의 소통, 언론 홍보, 그리고 평론가와의 관계 형성 말이다

 

해외 투어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장기적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특정 국가나 도시와의 음악 교류를 장려하고, 같은 지역을 반복적으로 방문하며 관객층을 형성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베를린, 빈, 뉴욕과 같은 음악의 중심지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작은 도시에서도 연주하며 현지 커뮤니티와의 접점을 확대할 수 있다.

 

해외 투어의 성공은 단지 해외에서의 반응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관객과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해외 투어의 성과를 국내에 공유하고, 이를 통해 국내 클래식 음악계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언론 보도, 다큐멘터리 제작, 그리고 공연 실황의 국내 재공유와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 교향악단의 해외 투어는 여전히 중요한 문화적 과제다. 그러나 단순히 명분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평가와 현지 관객의 반응을 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음악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인 프로그램 구성, 현지와의 소통 강화, 그리고 지속 가능한 진출 계획을 통해, 한국 교향악단은 진정으로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 음악적 대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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